과제

[후기] 4가지 중 안정형 애착유형이 되는 방법

컴돌이 2023. 10. 5. 17:49

빡빡이 꼬맹이. 이 친구보단 좀 못생겼다.

나는 부모님이 만든 삼각관계로 인해서 문제가 생긴 듯 하다.

엄마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몰론 아빠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엄마 말을 듣는 것은 잘못된 거다.
엄마도 아빠도 내편이지만 아빠는 엄마 말을 듣지 마라고 한다. 항상 엄마가 문제라고 한다.

나는 엄마와 아빠를 선택해야 했다. 엄마를 선택했다. 그 결과는? 아빠한테 대든다고 뒤지게 맞았다. 지금은 내가 엄마 밑에서 자라서 내가 싸가지 없이 자랐다고 욕먹는다. 그래서 엄마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냐? 타국에서 홀로 한국에 오셔서 돌아갈 곳도 없다.

결국에 나는 엄마, 아빠 둘다 못 믿는다.

아빠는 엄마가 아빠 말을 안 들어서 모든 문제가 생겼다고 말한다.
아빠는 내가 그런 엄마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모든 문제가 생겼다고 말한다.

엄마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어떤 친구들은 날 더러 아빠 탓이니 아빠와 절연하라고 한다.

 

엄마는 무조건 나를 위해 사신다. 아니, 그것보단 자신을 위해 사신다. 옳고 그름의 경계가 허물어졌는지, 무엇이 옳은 지도 생각을 못 하시는 것 같다. 아빠가 틀렸다고 말하면 쉽게 받아들이지 않지만 호통 앞에 무너진다.

아빠는 내가 잘못하면 내 탓이고 그게 아니면 엄마 탓이다. 아빠는 사회적으로 그리고 이성적으로 납득이 가는 말을 하신다. 그런데 내가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걸 도저히 견디지 못하신다. 인정하려고 하지 않으신다. 혹여 내가 우울증이라도 걸리면 자기가 이렇게 키워놨는데 우울증 걸리는 게 말이 되냐며 엄마 탓을 하며 역정을 내실 거다.

 

나는 지지받지 못한다.

나는 아빠에게 조건적으로 사랑을 받은 것 같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했다. 못사는 동네에서 공부 못하는 친구 사귀는 걸로 맨날 혼났다. 생일에 친구를 안 불렀더니 그걸로 줘터지게 맞았다.

할머니에게도 그렇다. 음력이 아닌 양력으로 생일을 기념한다는 말에 일본놈이냐고 욕먹었다. 사회에서도 그렇다. 유치원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일본어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도 일본어를 쓰지 않는다.
초등학교때는 엄마가 일본인인게 부끄러웠다. 엄마는 할머니도 못마땅해하고 학교에서도 일본은 당연히 욕먹어야 할 곳이였다. 그런 곳에서 엄마가 일본인이라는 것은 당시 나에게 크나큰 오점이었다. 고등학교까지 엄마가 일본사람인 걸 숨겼다.
아빠는 매번 엄마에게 욕을 하고, 그걸 일찍부터 들어온 나는 선생들에게 골칫거리였다. 아이들에게 욕을 하는 것 뿐 아니라 선생들에게도 똑같이 욕을 했던 것이다. 내가 한 말이지만 아직도 기억난다.


선생님: 너는 그런 욕을 어디서 배웠니?
나: 아빠한테 배웠어요.


그 나이 단 9살인 2학년이다.
다른 아이들에게는 그런 골칫거리인 점이 대단하다고 생각한건지 너 선생한테 대드는 게 멋있었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은 것 같으면서도 참 씁쓸하다.


공부도 재미없었다. 나는 본래 그렇지 않았다. 이야기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눈으로 보이는 모든 세계가 흥미로웠다. 지구와 달, 목성이 너무 좋았다. 잠자기 전에 엄마가 틀어주시는 음악이 좋았다. 밖에 있는 비둘기와 나무들 그리고 특히 제일 많이 보이는 다양한 벌레들이 좋았다. 계산하는 게 너무 재밌었다. 한글은 물론 히라가나, 알파벳 그리고 심지어 발음기호조차 나는 신기했고 전부 따라 읽고 썼다. 아직까지도 한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자다. 티비에서 나오는 만화 그리고 스타크래프트까지 지금 보면 내가 안 좋아했던 게 더 찾기 힘들다. 음악은 물론 그림과 글자, 만화 그리고 숫자까지 나는 모든 게 정말로 좋았다.


그것의 절정에는 컴퓨터가 있었다. 컴퓨터를 얻으면 그 모든 걸 합친 걸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사촌 형네 집에서 컴퓨터를 처음 봤고, 그 이후로 동네에서 집에 컴퓨터가 있다는 아이들이 늘 부러웠다.

하지만 컴퓨터가 생긴 그날로부터 내 인생의 추억과 고통은 시작된다.
초등학교 3학년. 그 해로부터 집에 컴퓨터가 있는 내내 나는 중독에 시달렸다. 인터넷에서라도 친구를 사귀는 내가 괜찮아 보일 수 있겠다. 하지만 그러는 바람에 학교에서는 그나마 있는 친구조차 사라졌다.

 

자연과 지식에 대한 호기심을 좇던 나는 그것과 멀어지고 결국 판도라의 상자인 컴퓨터에 빠지고 말았다.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하며 받는 스트레스를 게임으로 풀었다.

가기 싫은 학교를 억지로 가며 받는 스트레스를 게임으로 풀었다.

보기 싫은 놈들, 나를 괴롭히고 무시하는 놈들을 애써 무시하며 참는 스트레스를 게임으로 풀었다.

아빠에게 들키기 싫었다. 엄마에게 들키기 싫었다. 동생에게는 더더욱 싫었다.

그럴수록 더욱 더 깊은 수렁텅이로 빠지게 되었다.

 

그 뒤로 십수년이 흘러 아빠에게 어린 시절에 그랬다는 말을 했다.

아빠는 자기가 곁에 있지 못 해서 그렇게 된 것 같다며 한탄한다.

나는 그 말이 엄마 때문에 내가 이렇게 찌질이가 됐다는 말로 들린다.

 

아직도 그 시절이 나를 괴롭힌다.

 

안정형 애착유형 되는 방법: https://mindjju.com/entry/안정형-애착유형-되는-방법

 

안정형 애착유형 되는 방법

안정형 애착유형의 사람은 안정적이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안정형 애착유형의 유년 시절은 어땠는지, 이들의 특징과 안정형 애착유형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알

mindjju.com

이 글을 봤다. 그런데 이 글을 읽으니 한 구절구절마다 가슴 속에서 억울함이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위 내용을 쭉 쓰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왜 안정형이 아닌지 내 나름대로 답해 보았다.

이 유형의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감정적으로 다가가는 일이 쉽습니다. 

>> 다른 사람에게 감정을 드러내면 상처받을 거다. 그 사람은 아버지처럼 성질을 내거나 학급 친구들처럼 나를 무시할 것이다.

 

건강하게 누군가에게 의지하며 누군가가 나에게 기대는 것도 괜찮습니다.

>> 나에게 기대는 사람은 (아빠가 말했듯이)엄마처럼 잘못된 사람일 것 같다. 나는 늘 엄마에게 의지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인정받지 못할까 봐 특별히 걱정하지도 않습니다.

>> 엄마한테 의지하지 못하고, 아빠의 기대를 받기 위해 항상 전전긍긍한다. 공부를 못하면 집에서 쎈척이라도 해야한다.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라는 확신을 받고, 이를 통해 다른 사람에 대한 믿음과 신뢰감을 키울 수 있습니다.

>> 아빠가 엄마를 호통치는 건 잘못된 건데 그걸 대항하는 게 문제고

>> 나는 한일 혼혈일 뿐인데 그걸로 왕따시키는 아이들

>> 그리고 엄마한테 받는 사랑은 오히려 버리고 싶었음.

>> 왕따를 당하니 엄마한테 받는 사랑조차 믿을 수 없었음.

 

자기가 사랑받는다고 느끼면,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두려워하지 않고 똑바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 나는 원하는 걸 말할 자격이 없다.

 

여기에 모두 답하고 나니 후련하다.

자, 이제 내가 왜 불안정 애착 유형인지 알았으니 고치러 가볼까?

 

사진 출처: https://rarehistoricalphotos.com/british-skinhead-subculture-photograp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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